운명의 딸1,2, 이사벨 아옌데 / 권미선 역

stri.destride 2013. 10. 31. 21:03



운명의 딸 1

저자
이사벨 아옌데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7-12-1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영혼의 집'의 작가, 이사벨 아옌데의 장편소설. 19세기 중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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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딸 2

저자
이사벨 아옌데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7-12-1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영혼의 집'의 작가, 이사벨 아옌데의 장편소설. 19세기 중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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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종교 행렬은 수많은 수도사들과 수녀들, 심한 금식으로 핏기 하나 없이 축 늘어진 신자들, 목이 터져라 노래 부르고 기도하며 따라오는 가난한 민중들, 거칠고 투박한 옷을 입은 고행자들, 끝에 날카로운 쇠가 달린 가죽끈으로 맨등에 채찍질해 대는 고행자들을 모두 한 자리에 모아 놓았다. 사람들은 기절해서 쓰러졌다가도, 여자들이 달려와 상처를 닦아 주고 마실 것을 줘서 제정신이 들면 또다시 종교 행렬로 달려가서 합류했다. 54



"제레미, 그건 오빠가 걔를 눈여겨보지 않아서 그래요. 하루가 다르게 얼마나 예뻐지고 있는데. 예뻐질 거야. 내가 장담할 수 있어요. 두고 봐요! 남자들이 줄을 설 테니까!" 80



늘 주도권을 잡고 있던 옛 토지 귀족들은 자신의 권위가 위협받자, 그들 신흥 부자들에 대한 조소와 멸시가 그들 품격의 상징이 되었다. 85



"남편은 모두 지겨운 사람들이에요, 존. 제정신이 박힌 여자 중에 재미있으려고 결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다 먹고살려고 결혼하는거지." 115



"애야, 남자가 더 잘났다고 느끼도록 해야 한단다."

미스 로즈가 엘리사에게 인내심을 갖고 설명했다.

"그런데 그게 무지 어려워요."

엘리사도 꿈쩍하지 않고 대답했다. 116



"내가 이미 말햇잖아. 집착이 얼마나 끔찍한 재앙이라고. 한번 머리 속에 들어가 박히면 가슴이 터지고 말아. 그 끈질긴 집착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최고로 악질이 사랑이야." 193



"찾을 게 있어요."

"금이요?"

"금보다 더 귀한 거예요."

남자는 놀라서 입을 떡 벌렸다. 결말 부분에서 늘 여주인공들이 죽는 고전소설에서나 봤을 뿐, 실제로는 이런 과감한 여자를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220



그녀는 밀짚모자를 벗고, 가죽 부츠와 옷 단추들을 다 끄르고는 속치마 리본도 풀었다. 그러고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중국인에게 코르셋 푸는 걸 도와 달라고 했다. 영국 요조숙녀의 복장들이 하나 둘 바닥에 쌓임과 동시에 그녀는 지금까지 알고 있던 세상으로부터 점점 멀어져 갔으며, 앞으로 다가올 미지의 세상으로 가차없이 한 발 한 발 내딛게 되었다. 엘리사는 이제 앞으로 펼쳐질 역사에서 자기가 주인공인 동시에 화자가 되리라는 확신을 가졌다. 227



중국인들은 처음에는 외국인들을 업신여기고 무시했었다. 이 세상에서 진정으로 유일하게 문명화된 사람들처럼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외국인들을 대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곧 몇 년 지나지 않아 그들을 존경하고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한편 유럽인들도 중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인종적 우월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더럽고 못생기고 약하고 시끄럽고 부패했으며 고양이와 뱀을 잡아먹고 딸아이가 태어나면 그 자리에서 죽여버리는 야만스러운 사람들이 사는 나라에 문명을 전파하러 온 전령자라고 자부했다. 그렇지만 중국인들이 그들보다 천 년 전에 문자를 사용했다는 걸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264





2권


엘리사는 그를 주의 깊게 보면 볼 수록, 그도 자기처럼 남장을 한 여자라는 확신이 들었다. 찰리는 태양에 그슬린 피부를 가졌으며, 담배도 질겅질겅 씹으며 피우고, 깡패들처럼 말도 험하게 하고 총을 손에서 놓거나 장갑을 벗는 일이 없었따. 그렇지만 한번 그의 맨손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의 손은 여자처럼 하얗고 자그마했던 것이다. 119



이곳은 무법 천지에요. 그리고 노름과 술, 창녀촌과 같은 죄악만 들끓는 곳이지만, 그래도 나한테는 이 나라가 백지 같아요. 내 삶을 새롭게 쓸 수 있는 백지 말이에요. 내가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당신만 빼고는 나를 아는 사람도 아무도 없기 때문에 나는 뭐든지 될 수 있고 또 새롭게 태어날 수도 있어요. 127



남자가 여자의 몸으로 태어난 게 자기 잘못이 아닌 거섳럼, 턱에 수염 하나 없이 태어나 여자처럼 생긴 것도 그 불쌍한 청년의 잘못은 아니었다. 그건 아무 이유도 없이 사람을 골탕 먹이려는 신의 가혹한 장난이었다. 151



"제기랄, 나는 그 누구의 할머니도 아니야! 나는 무시무시한 조란 말이야. 알아듣겠니, 이 빌어먹을 코흘리개야?"

"네, 할머니." 156



"아무도 모르는 비밀 하나를 너 한테만 말해줄게..."

"정말이요?"

"착한 바발루라는 사람 기억해? .....내가 바로 그 착한 바발루였어. 그렇지만 20년 전부터는 악당 바발루가 되었고 그게 나한테는 훨씬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 157



말총머리는 신성한 것이었다. 그런 그 머리를 자른다는 건 중국에 돌아가지 않고 미국에 완전히 정착하겠다는 결심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그건 황제는 물론, 조국, 조상들을 배신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의 복장과 머리 모양은 확실한 기적도 일으켰다. 즉, 그로 인해 미국이라는 세계와 접할 수 있었던 것이다. 210



여자들은 용감무쌍한 남자들고 ㅏ매일 지칠 줄 모르고 고집스럽게 싸우면서 그들 성격을 과시했다. 그 여자들을 약한 성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으며, 남자들은 여자들을 자기들과 동등한 사람으로 대우햇다. 그 여자들은 다른 곳에서는 여자들에게 금기시된 일들도 마다하지 않고 나서서 열심히 했다. 여자들도 금을 찾아 나섰으며, 카우보이로 일도 했고, 노새들을 몰고, 현상금이 걸린 악당들을 잡으러 나섰고, 노름방, 레스토랑, 세탁소, 호텔을 운영했다. 244



"타오, 당신의 즐거움은 어디에 있나요?"

린이 그에게 물었다.

"린, 세상은 괴로움으로 가득 차 있어."

"괴로움에도 다 나름대로의 정신적인 이유가 있는 거예요."

"그건 쓸데없는 고통에 불과해."

"현인은 현실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늘 즐겁다는 걸 명심하세요." 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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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여성, 사람이 자유로워지는데 굳이 섹스-젠더가 끼어들어와야 하는걸까 하는 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