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꿈꾸는 자 잡혀간다, 송경동
stri.destride
2012. 7. 29. 02:50
그러나 그는 글 속에서 그런 가난에 끌려다니지도 않고, 즉자적인 분노에 휩쓸리지도 않고, 불타는 적개심에 자신을 소진시키지도 않는다. 어떤 힘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일까. 척박한 노동자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일터와 일터 밖에서 노동운동가로 20여 년을 살아온 내공 탓일까. 아니다. 그 무엇도 아니다. 다만 그는 역사와 노동의 진실을 보았을 뿐이다.
사실 그와 그들이 진정한 이 세계의 일꾼들이며 주인이지 않는가. 그와 그의 동료들의 손을 거쳐 비로소 아파트가, 백화점이, 영화관이, 학교가, 교회가 세워진다. 그의 손을 거쳐 비로소 건물들이 숨을 쉰다. 그의 직종은 닥트다. 사람 몸으로 치자면 닥트는 건물의 몸에 폐혈관을 심는 일이다. 마이다스의 손은 따로 있지 않다. 최경주와 그들, 건설노동자들의 손이 바로 마이다스의 손이다.
p211-212
빛에 젖는 어둠과
어둠에 적셔지는
그 격렬한 고요.
상처는 아픔이면서도 교훈입니다.
용기만이 제 상처에서 교훈을 읽을 수 있습니다.
p127
외로움보다 더 간절한 것은 어떤 삶에 대한 예의임을 조금씩 알아갈 무렵이었다. 내게 필요한 것은 잠깐의 유희가 아니라 어떤 신뢰와 환대의 시간들이었다. p49
담담하지만 격렬하게 풀어나가는 글이 참 좋다. 쉽게 읽히는 듯 하다가도 곱씹다 보면 깜짝깜짝 놀라게 되는 문장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