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아, 부지런한 사랑
남에 대한 감탄과 나에 대한 절망은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그 반복 없이는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기꺼이 괴로워하며 계속한다. 재능에 더 무심한 채로 글을 쓸 수 있게 될 때까지. 26
나읙 ㅡㄹ쓰기 스승은 그런 글을 '손이 달구어진 사람의 글'이라고 말하곤 했다. 글은 사실 머리도 가슴도 아닌 손으로 쓰는 것이라고. 쓰기를 반복적으로 훈련한 손만이 안정적이고 탄탄한 문장을 써낸다고. 그건 마치 요리를 하도 여러 번 반복해서 몇 가지 기본양념쯤은 손쉽게 만드는 사람의 손과도 같다. 29-30
그래서 아이들이 소년의 마음으로 쓴 소년의 글을 벗어나려고 할 때 나는 복잡한 심정이 된다. '아마도 너는 이제부터 더 깊고 좋은 글을 쓸 거야. 하지만 마음 아플 일이 더 많아질 거야. 더 많은 게 보이니까. 보이면 헤아리게 되니까.' 속으로만 생각한다. 49-50
그러자 아빠의 영혼이 찬물에 적셔진 것처럼 놀랐다. 53
이런 잡담을 주고받는 동안 서로를 재미있어하는 마음과 걱정하는 마음이 생겨난다. 부러운 마음이나 못마땅한 마음일때도 있다. 남들의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는 사이에, 자신의 이야기를 더 하고 싶은 욕망이 아읻르 마음속에서 달궈지는 것을 나는 본다. 우리는 남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어휘를 늘려가는 존재들이다. 76-7
내게 쏟아지는 말들 중 어떤 것을 기억하고 실천할지를 고민한다. 답장은 하지 않는다. 궁색한 해명이 되기 쉬우므로. (...) 몸과 마음과 시간을 들여 새롭게 애쓸 각오를 하면 해명의 말을 꾹 참을 용기가 조금 생긴다. 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