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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소외

stri.destride 2020. 3. 5. 00:35

 

플랫폼 노동에 대한 말들이 한창 거세다. 플랫폼 노동이 보장하지 않는 노동권들은 분명 많다. 하지만 내 주변의 어떤 사람들은 플랫폼 노동을 통해 그들에게 필요한 만큼의 생계비를 벌며 지낸다. 단기알바도 아니고, 고용주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스케줄이 정해져 있는 일자리도 아닌 플랫폼 노동은 기존의 노동시장에 들어가고싶어도 들어갈 수 없는 사람들에게 더 매력적이지 않은가 생각도 한다. 

일터에서의 보람, 노동을 통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자녀를 키운다는 보람이야말로 어쩌면 이성애중심주의적 기획이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 일자리 걱정 없이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아 기르고, 집을 사고, 부모님을 부양하고, 직장에서 보람을 느끼는 삶이야말로 어쩔때는 너무 자본주의적 기획 아닌가 싶어서 숨이 막히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안정적인 일자리가 필요없다는건 결코 아니다. 지금 사회는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너무도 가혹하기도 하고.. 가끔 유튜브에서 사람들이 노빠꾸 90년대 얘기하는걸 보면 그때의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부조리를 감당하며 살았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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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노동자가 성소수자 동지들이라고 했을 때 엉엉 우는 사람들 앞에서 나는 해주면 고마울 정도의 일이기도 하네 라고 냉소적으로 생각했지만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는 사람들의 시선 앞에서는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참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