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나2,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stri.destride 2016. 5. 4. 19:12

그 자리에서 이페멜루는 거의 말없이 듣기만 하면서 그들을 신기하게 쳐다봤다. 이 사람들은 수입 채소를 설익었을 때 따서 운송 중에 익힌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이렇게 열을 내는 건가? 그들은 아프리카의 아동 노동을 종식시키고 싶어 했고 저임금 아시아 노동자가 만든 옷은 사지 않으려 했다.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비실용적이면서도 눈부신 진지함이 감동적이긴 했지만 납득되지는 않았다. 그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 블레인은 그녀에게는 낯선 문헌들을 흥얼거렸고 그 무리 속에 속한 사람처럼 멀게 느껴졌다. 147


그들은 마치 의식이 깨어 있는 고학력 중산층의 요건이라는 네모 칸들에 표시를 한 것만 같았다. 예쁘기보다는 재밌는 드레스를 사랑함. 다양성을 사랑함. 중산층 고학력자가 마땅히 사랑해야 하는 것을 사랑함. 이페멜루는 귿르이 여행하는 것을 상상했다. 그들은 여행지에서 특이한 것들을 모아서 그 물건들 - 자신들의 세련됨을 나타내는, 세련되지 않은 증거 - 로 집을 채울 것이었다. 181


"블로그에 글을 쓰는게 다가 아니야. 사람은 신념에 따라 인생을 살아야 해. 그 블로그는 당신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게임 같은 거야. 그냥 학점을 채우기 위해 저녁에 재미있는 선택 광고를 듣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그녀는 그의 말투에서 그녀의 태만함, 열의와 신념의 결여 뿐 아니라 아프리카인으로서의 기질에 대한 미묘한 비난을 알아차렸다. 그녀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아니라 아프리카인이기 때문에 충분히 화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199


회색빛 저녁 어스름과 냄새를 가득 머금은 공기속에서 뭐라 이름 붙일 수 없는, 거의 참을 수 없는 감정이 그녀를 아프게 했다. 애잔한 향수를 불러일으킨 그 감정은 그녀가 놓친 것들과 영영 알지 못할 것들을 향한 아름다운 슬픔이었다. 나중에 이페멜루는 라니이누도의 작지만 세련된 거실에서, 지나치게 푹신한 카펫에 발을 묻은 채 소파에 앉아, 맞은편 벽에 살포시 걸려있는 평면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자기 모습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내가 했구나. 정말로 돌아왔어. 262


그녀도 한때는 그런 집을 예쁘다고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싫어했다. 조악한 복제품을 알아보는 오만한 자신감의 결과였다. 270


프리예는 변하기는커녕 한층 더 단단해져서 원래 성격에 크롬을 덧씌운 듯했다. 그녀는 자기가 맡았던 대규모 결혼식 사진들로 가득한 신문을 한 아름 안고 라니이누도의 집에 도착했다. 이페멜루는 사람들이 프리예에 대하 뭐라고 할까 상상햇다. 잘하고 있다, 정말 잘하고 있다고들 하겠지. 279


그들 귀국민은 고국에 돌아옴으로써 두르게 된 빛나는 망토에 의해 정당화된 것이었다. 그때 이켄나가 그들의 대화에 합세했다. 필라델피아 외곽에서 살다 온 변호사인 그는 이페멜루가 '블로깅 와일 브라운' 강연회에서 만났던 사람이었다. 293


"날리우드는 완전히 공공 연극이라고 보면 돼요. 그렇게 생각하면 그나마 참을 만하죠. 그건 공공의 소비 혹은 대중의 참여를 위한 것이지, 영화의 본질인 개인적 경험을 위한 것이 아니에요." 그는 이페멜루를 쳐다보면서 눈빛으로 동의를 구했다. 그들, 그들 같은 사람들은 날리우드 영화를 보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만약 본다면 오직 인류학적 재미를 위해서였다.
"난 날리우드가 좋아요." 이페멜루가 말했다. 그녀도 속으로는 날리우드가 영화보다 연극에 더 가깝다고 생각했지만 반대자가 되고 싶은 충동이 훨씬 강했다. 이들로부터 스스로를 분리하면 자신이 이미 되어 버렸을까 봐 두려운 사람으로부터 조금 멀어질 수 있을지도 몰랐다. "날리우드가 멜로드라마스러울지는 몰라도, 나이지리아에서의 삶 자체가 굉장히 멜로드라마스럽잖아요." 296


"네가 뭔데 그런 비난을 하는 거야? 그게 너랑 부자 백인 남자 친구의 관계랑 뭐가 달라? 그 사람이 아니었으면 너한테 지금 미국 시민권이 있었겟니? 미국에서 취직은 어떻게 했을 거고? 이런 말같지도 않은 짓은 그만둬. 네가 남보다 우월하다는 착각은 버리라고!" 318


"외국인다운 행동? 무슨 돼먹지 않은 소리를 하는 거야? 외국인 다운 행동? 너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도 안읽었어?" 이페멜루는 라니이누도에게 디케 얘기를 하지 말걸 하고 후회하면서 그렇게 물었다.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라니이누도에게 화가 났지만 그녀가 좋은 뜻에서 한 말이라는 것도, 다른 많은 나이지리아인들 역시 그렇게 말하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귀국 후에 다른 어느 누구한테도 디케의 자살 기도에 대해 말하지 않았던 것이다. 323


부치가 그토록 기쁘고 열정적으로 "아멘!"이라고 말할 때 오빈제는 아이가 나중에 '아멘'이라는 말만 들으면 세상에 대해 묻고 싶은 질문들을 삼켜 버리는 여자로 자랄까 봐 두려웠다. 그리고 지금 코시는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고, 그는 그녀가 뭘 원하고 있는 것인지 알고 싶지 않았다. 3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