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사회학, 하인트 부데 지음, 이미옥 옮김, 동녘

stri.destride 2016. 3. 2. 18:04

그런데 사회보장제도와 일자리 센터 중심의 정책을 펴는 노동청과 지겅ㅂ훈련소가 불안에 대한 모든 근심을 해소시켜 줄 수 있을가? 루스벨트 대통령은 불안의 제어를 공공의 행보과 사회 통합을 위한 주요 척도로 삼았다. 첫 번째 승리를 안겨주었던 선거전에서 그는, 수천 명의 미국인들의 얼굴에서 다음과 같은 것을 봤다고 말했다. "길 잃은 아이들처럼 그들의 눈에는 겁먹은 시선이 어려 잇었습니다." 19


겉으로 보기에 사람들은 예전에 비해서 차이를 훨씬 많이 받아들이는 편이다. 하지만 바로 이런 까닭에 어딘가에 포함되지 못하거나 제외되면 그 상태가 더욱 더 혹독하게 와 닿는다. 살마들이 성적으로나 종교적 혹은 관습적인 측면에서 자신의 다양성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한, 모든 것이 괜찮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의 차이라는 것이 기쁨을 느끼는 정도나 창의성에서 나타나면 무관하지만, 다른 부분에서 나타나면 우리는 그야말로 신속하게 불안에 빠져든다. 그러니까 만일 자신이 남들과 그렇게 차이가 없음에도 타인들의 반응을 얻지 못하고 그들과 교제를 맺지 못하면, 불안은 즉각 등장한다. 26


타인과의 접촉에 대한 민감성이란 외부의 권위를 통해서 관철된 습관과 예의도 아니고, 개인이 힘들게 교양을 쌓는 과정에서 획득한 규범이나 가치관도 아니다. 이를테면 어떤 상황에 참여한 사람들 사이에서 즉각 상대에게서 바라는 기대인 것이다. 훗날 사회학의 상징적 상호작용론에서는 이를 두고, '역할 취득'이 '역할 형성'이 되었다고 말한다. 30


외부지향적인 성격의 경우에 타인과 터무니없이 비교하거나 비상식적인 유혹에 넘어가지 않게 해주는 내면적인 장치가 부족하다. 그런 장치가 없어 고삐 풀린 시기심 뒤에는 심각한 불안이 숨어 있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지 못하고 테두리 밖에서 머물러야 하며, 혼자서 기만당한 채로 남아야 한다는 그런 불안 말이다. 31


의식적으로 끝을 내고 마음 내키는 대로 거절 가능한 이른바 소극적인 자유는, 대체로 오늘날의 자아가 지닌 장의 근원을 이루고 있다. 자아는 거절함으로써 자기효능감을 강하게 경험한다. 개개인의 거부를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나 조직은 자유를 빼앗고 정체성을 파괴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 합당하다. 37


그렇듯 사람들은 누군가를 사귀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런 노력은 사귀게 될 경우에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끝이 난다. 우리는 정신분석학이나 정신적인 치유법에 관한 조언이 담긴 책을 읽으면, 반려자를 선택하는 데 어린 시절 부모와 겪었던 관계가 그대로 반영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를 선택할 때, 내 안에 숨어 잇던 타인의 의중이 그 선택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45


사람은 끈끈한 유대 관계 없이는 잘 살 수 없는듯 하다. 하지만 이런 유대 관계는 우리를 불안에 빠뜨릴 수밖에 없는데, 나의 자유가 타인의 자유에 종속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역설적인 상황을 일컬어 이렇게 말한다. 남들과 얽힘으로써 얻는 자유, 가령 이런 형태이다. '네가 나를 원하는 경우에만 나도 너를 원할 수 있어. 하지만 네가 정말 나를 원하는지 아닌지 나는 결코 알 수 없고, 내가 너를 진심으로 원하는지도 너는 잘 알 수 없지. 나는 나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를 때도 많아.' 대략적으로 이런 상황이기에 자아는 불안으로부터 도망칠 수가 없다. 결국 깨질 수 없는 관계에 대한 갈망은, 바로 그런 갈망을 감췅 한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이다. 50


지금의 성공한 사람들은 열린 교육 기회와 고용의 확대라는, 직업적 출세와 개인의 지위 개선을 용이하게 한 사회적 경향에 맞추어 자신들의 전력투구했다고 생각한다. 전후의 위대한 발전을 이룩한 이들의 손주 데대는 샐러리맨과 공무원이 그증한 새로운 세상을 맞았는데, 이런 직업군에 속하면서 그들의 지위는 높아졌지만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대 그들을 가장 우수한 집단이라 볼 수는 없다. 57


우선 출세한 여자는 자신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갖고 성장하는데, 항상 사람들이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어떤 것을 자신에게 기대한다는 기분을 느끼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그런 여성들은 자신이 서툴다는 느낌을 가진다. 가정에서 자신보다 더 나은 교육을 받고 더 좋은 형편에서 잘난 사람들과 접촉하다보면 그들의 성질을 건드리거나 실수를 범하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그런 여성들은 힘들게 노력하면서도 불공평하다는 느낌에 사로잡히게 된다. 너무 빨리 부당한 취급을 받거나 노력한 것에 대한 보상을 도둑맞앗다는 느낌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이로부터 과도한 예민함이 생겨나는데, 일반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그런 예민함 때문에 삶이 무척 힘들어진다. 63


낙오자들은 그와 같은 불안도 품을 수없으며 꿈만 꿀 수 있다. 그들은 증오심으로 가득 차 있는데, 자신의 공격성을 두려워한 나머지 내면에 숨겨놓았다. 복수를 열망하지만 감히 그럴 능력은 없고, 복수하더라도 보복을 당할지 모르는 까닭에 바로 막스 셀러가 표현한 것처럼 행동한다. 즉 "폭발할 것 같은 감정을 억압함으로써 자신은 정상적이며 인간의 본성을 어기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양심없이 이윤만 좇는 투자자나 기업가들에게 욕설을 하는데, 이들은 노동자들의 운명 같은 것에는 관심도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버지가 아이를 돌보듯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주었던 옛 시절을 그리워하게 된다. 76-7


성과주의 사회에서 패자의 품위를 떨어뜨리지 않고 승자에게 상을 주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체념한 채로 씁쓸해하며 어쩔 도리없이 불안에 빠져 있기만 할 것이다. 81


이들은 위기를 기회로 받아들이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사회구조가 무너지는 것을 기회로 이용한다. 이들은 고국의 집보다 전 세계의 공항을 들락거리고, 영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할 줄 알며, 서구 국가들이 침체되어있는 상황임에도 자신들이 머무는 호텔의 미니바에서 경제/법/정치와 스포츠의 세계화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떠든다. 89-90


중산층이 불안해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방향 감각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경제적 여유도 있고 탄탄한 자격증도 있는 개인이 오늘날 안전망도 없으며 언제라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느기는 까닭은, 자립하려는 노력과 공동체적 연대감 사이의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98


분노가 폭발할 경우도 많다. 그러면 사장의 커피잔을 걸레로 닦거나, 아침 식사를 내기 전에 음식에 침을 뱉거나, 배달해야 할 소포 꾸러미를 냇가에 집어던지거나, 아니면 앞뒤 따지지 않고 상대에게 주먹질을 해서 멍들게 한다. 분노를 폭발시키는 순간에 노동자는 그나마 숨을 제대로 내쉴 수 있지만 그것이 삶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120


이렇게 자신의 권리나 수입이 축소되거나 위치가 강등될까봐 불안에 떠는 개인의 맞은 편에는, 모든 것이 붕괴되고 가치를 상실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존재한다. 135


돈을 증식하는 '고유한 작동 체계'에 대해 대중매체를 통해 고발하는 '99퍼센트'같은 저항자들의 문제점은, 악마 같은 탐욕이나 "중심의 전복"을 통해서 다시 경제가 사람에게 봉사하게끔 만들어보자는 혁명적이고 복고적인 주장을 한다는 데 있다. 그런 주장은 자본주의적 화폐 경제의 체계적인 특징을 간과한 것이다. 153-4


사람들은 이민자들을 비난하고 체제에 저항함으로서 세상이 붕괴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완하시킬수는 있어도 완전히 사라지게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런 불안은 우리를 기만하거나 굴복시키고 우리 위에 군림하는 '거대한 타자'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를 미혹하고 잘못된 길로 안내하는, 우리 자신의 가능성에 대한 불안이기 때문이다. 157


다른 말로 하면, 불안을 사적 영역에서 내보였을 때는 나약한 사람으로 비치지만 공적 영역에서 떠들면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자신과 타인들을 숨기고자 하는 욕망이 숨어 있다. 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