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서재, 장샤오위언
장샤오위엔, 고양이의 서재
타임스세계사지도를 보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역사를 공부할 때는 역사서만 보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한쪽에는 연표,
다른 한 쪽에는 역사 지도가 반드시 있어야한다.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고 이해하고 싶다면 이 점은 필요 불가결하다. 문자정보는
지나치게 추상적이라 도판이 전달하는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역사 사건의 발생은 시간과 공간을 포함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우리는 역사를 죽도록 암기하는 과목으로 알고 지내며 그저 시간이라는 한 축에만 주의를 기울여 왔다. 68
학술 연구에 쓸 책을 빼면 대부분의 책은 내 관심과 애정에서 비롯되었다. 내 서재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분야는 예술사다.
한동안 나는 예술사에 흠뻑 빠졌고 갖은 노력을 기울여 예술 분야를 다룬 사료 총서를 구해 읽었는데, 이는 순전히 나 자신의 ㅎ으미
때문이었다. 난 이런 충동을 무척 소중하게 생각한다. 중년으로 접어들수록 더욱 귀하게 느껴져서 이런 충동이 일어날 때마다 소중히
하려고 한다. 젊을 때는 지식욕이 강하기 때문에 이런 걸 모른다. 인생에는 흥미를 느끼면 무엇이든 관련서를 찾아보는 단계가
있다. 82-3
어떤 일에 흥미가 생기고 그 분야에 좀 더 깊이 들어가고자 할 때는 관련된 책을 읽는 편이 좋다. 이런 방법은 책상물림 같지만
제법 유용하다. 전에 나는 장기에 빠지자 수많은 기보를 모았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심지어 장기의 역사를 다룬 책까지 수집했다.
나중에 영화를 좋아하게 되었을 때는 영화를 좀 더 이해하고 싶어서 관련된 채고가 잡지를 모아 읽었다. 이는 학문을 하는 원리와
같다. 83
지금까지 독서는 나의 낙이었다. 내 인생의 정신적 지주였다. 나는 독서를 통해 나 자신을 지탱하고자 했다. 독서는 나 자신이
진실로 꽉 차있다고 느끼게 해주었고 허황되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도 독서가 이런 의미인지 모르겠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83
그리고 이 때 나의 독서에 변화가 생겼다. 이전의 독서는 대부분 나 자신의 흥미에 따랐다. 그러나 이 시기에는 학술 텍스트를 쓰다
보니 논문과 관련된 문헌을 조사하고 열람했고, 흥미와는 거리가 아주 먼 것도 읽었다. 어쨌든 학문을 하는 게 아닌가. 흥미와
동떨어졌어도 읽어야 했다. 물론 그렇더라도 관심사 위주의 독서는 유지한 상태였다. 101-2
"쓸쓸하고 고요한 구석의 집. 해마다 언제고 시렁 가득 책뿐. 오로지 남산의 계화 꽃잎만이 옷자락 사이를 팔랑팔랑." 이 구절이
묘사하는 정경은 쓸쓸할 정도로 고요해서 책을 읽고 쓰기에 좋은 상태다. 천문대는 내게 그런 환경을 제공했다. 111
이 일화가 말해주듯 열심히 재미 있는 글을 쓰면 누군가 책을 내자고 찾아오는 날이 온다. 서둘지 말길. 온종일 전전긍긍
안절부절못하고 있지 말자. 많은 사람이 먼저 책의 원고를 쓰고 출판사를 찾아가지만 출판사는 책을 내 주지 않는다. 책이 팔리지
않는 것을 영광으로 알고 잘 팔리는 것을 수치로 아는 사람도 있다. 그런 건 그저 자기위안일 따름이다. 책을 출판할 도리가 없으니
그런 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다. 그 사람이 과연 출판사에서 책을 내자고 권해도 거절할까? 내지도 못할 책을 쓰는게 영광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131-2
좋은 서평에는 세 가지 의무가 있다. 첫째, 책을 소개한다. 이 점은 책을 읽고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둘째,
책을 평가한다. 책을 적절한 배경에 놓고 평가하는 일인데 일부 사람은 해내지 못한다. 서평가는 해당 책과 비슷한 책이나 관련된
주제를 이해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이건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데 서평가의 취향에 달렸다. 책에서 재미 있는 어떤 것을
찾아내 독자와 공유하는 작업이다. 자기 취향이 없는 사람은 이 작업을 할 수 없다. 자기 자신이 제대로 가지고 놀지 못했으니 그
안에서 재미있는 걸 찾기도 어렵다. 아니면 분명히 재미있는 것인데 작가가 재미있게 여기지 않아서 언급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제법 힘겨운 일이다. 138-9
내게는 몇 차례 다듬어 정리된 '삼불 정책'이 있다. '욕하지 않고, 싸우지 않고, 멈추지 않는다.' 153
SF세계를 휘젓고 놀면서 나는 꽤 즐거웠다. 새로운 것이니까. 난 새로운 영역을 원한다. 이왕이면 이미 펼쳐진 논밭이 아니라 황무지를 개척하고 싶다. 이는 성격 탓일 것이다. 162
과학기술의 대중화라면 당연히 과학 자체와 과학이 지닌 모든 역할을 찬양해야 하는 것이다. '과학기술 대중화'라는 개념에는 과학 자체와 그 역할은 모두 좋은 것이므로 대중화되어야 한다는 은근한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우리가 SF라고 분류하는 서구의 SF작품은 문학작품으로서 창작되었으며 모든 작가가 과학주의를 '기본 장착'하고 있는 것도 안디ㅏ. 오히려 한 사람의 문학가로서 인류의 앞날이라는 문제에 대해 어떤 비관주의 철학 관점을 갖게 되었을 수 있다. 166-7
계획의 목적이란 몇 년 이내에 얼마의 성적을 낸다는 것인데 그 기간동안 예상한 성적을 내지 못할 때는 어쩔 것인가. 허풍을 치거나 날조하는 수밖에 없을 테고 그것이 바로 '거품 학문'이다. 그러므로 거품 학문은 계획 학문의 직접적인 생산물이다. 거품 학문이 학자의 도덕 부족으로 일어난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옳지 않다. 계획 학문이 없다면 거품 학문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며 최소한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173
일반적으로는 그렇게까지 열심히 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내가 틀림없이 마흔 전에 교수가 될리ㅏ 기대하신 시쩌쭝 선생님의 마음을 저버리고 싶지 않아 좀 더 노력했을 뿐이다. 나자신을 예로 들긴 했지만 연구자는 연구 업적 평가가 없어도 언제나 그렇듯 공부를 하고 성실하게 연구한다. 179
"여행길에서도 마음은 책과 함께" 203
"책 있으면 부자, 일 없으면 신선."
"안온한 상태를 얻기가 가장 어려운 법." 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