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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6

stri.destride 2015. 10. 16. 19:18

청년연구 붙었다. 사실 면접 보고 나오면서, 음 될것 같다 라는 확신은 들었는데 그래도 붙은게 아니니까 조심조심 했는데. 이거 한다고 2주 동안 마음 고생을 너무 있는대로 했나보다. 며칠 전에 정말 서럽게 펑펑 울었던거 생각하면. 이제 발 뻗고 잘 수 있겠다. 나는 같이 일 하는 사람의 사정을 다 봐가면서 일 하는게 습관이 든 사람이다. 힘들어 보이면 도와주고 챙겨주고 하는 것들. 어느 순간부턴가 그런게 손에 그리고 몸에 익었다. 이번에 같이 일할 사람들이 기대된다. 다 사실 처음 사업 해보는건데. 좋은 경험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예전에 아주 힘들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항상 괴로워했고 왜 나만 이렇게 괴로워야 하는지 이유를 몰라 분노했다. 모든 것이 싫었고 모든 사람이 미웠다. 그들의 단점을 어떻게든 끄집어 내어 욕을 하지 못해 안달이었다. 그때 나는 아주 많이 아팠다. 밥을 먹으면 위장이 부풀어올라 부어오른 배를 안고 누워서 이 시간이 지나가기 만을 기다려야 했다. 방금 마신 물이 그대로 직장으로 나올 수 있는 설사를 일주일 넘게 하다가 탈수로 실려갈 뻔 하기도 했다. 푸른 잎이 돋은걸 보고 울었고 붉게 피어오른 영산홍을 보고 울었다. 꿈 속에서는 발이 부르트도록 걸었고 쫓겨 다녔고 몇 번의 밤은 울다가 일어나기도 했다. 지나가는 차를 보면 와 저기에 당장 치여서 입원하면 일을 안해도 될 텐데 그래볼까 라는 생각을 해봤고 빨간 불 신호등을 나도 모르게 걷다가 중간 쯤에서 되돌아간 적도 있었다. 한 번도 내가 오래 살거란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눈 앞에 닥친 일들만 해치우면서 살았다. 계획이란걸 세워본 적이 없는 삶이다. 어느 날, 많은 것이 괜찮아졌던건 내가 그래도 사랑을 많이 받았다는걸 깨달은 순간 이후였다. 그 때부터 많은 것들이 괜찮아졌다. 학대 경험이 있고 PTSD 환자이고 긴 시간동안 우울증에 시달렸고 가끔씩 공황발작을 겪지만 어차피 이 것들은 나랑 평생 갈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내가 불편함을 느끼는 것들을 굳이 공격적으로 말 하지 않아도, 길게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들어줄 것이라는 생각은 확신 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는 많이 괜찮아졌다. 예전에 상담 선생님이 '수용하는 마음'을 가지랬을 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했는데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다. 발목과 허리를 다치면서 천천히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굳이 종종걸음으로 재촉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이 생겼다. 자다 일어나 빈속에 구토를 하다가 서러워서 울던 그런 시간이 지나가서 여기까지 왔다. 이제는 그만 울고 싶다. 끊임 없이 화를 내는 습관, 나도 모르게 화를 내는 그런 순간들. 내가 나를 자각하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이제는 나와 내 주변을 살필 수 있다. 사는 것은 점점 더 나아질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나의 다음 저녁들은 보다 더 평온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