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이 책이 나온지 6년이나 되었구나. 음 박민규를 고등학교 시절에 참 좋아했는데. 그는 다재다능한 이야기꾼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고등학교때 더듬어가며 읽던 일본 소설들을 너무 닮아 있어 나는 고통스러웠다.
타인에 대해
터무니없을 만큼 서로가, 서로를 관여하던 시절이었다. 또 당연하다는 듯 어머니도 숨거나, 고개를 숙이거나...더 열심히 아버지를 뒷바라지할 뿐이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의 외면은 손바닥만큼 작은 것인데, 왜 모든 인간은 코끼리를 마주한 듯 그 부분을 더듬고 또 더듬는 걸까? 48
켄터키의 어떤 것도 찾을 수 없는 가게의 출입구 위엔 알고보니 무난하게 갓이 걸려 있었다. 급기야 화장실에 간 요한은 이소룡을 발견헀엇다.
이상한 일이었다. 특별한 대화도 없이 그저 웃기만 했는데 가게를 나올 무렵 우리는 친구가 되어 있엇다. 가게를 나와서 안 일이지만, 우리가 걸어온 방향의 반대편 - 즉 입간판의 또다른 면엔 역시나 아크릴로 크게 <호프>가 적혀 있었고, 그 아래 적힌 작은 영문의 <HOPE>를 볼 수 있었다. 난데없는 희망이 그토록 우리의 가까이에 있던 시절이었다. 95
당연하지, 하고 요한은 정색을 했다. 걔들은 상처가 없으니까. 행여 상처가 생긴다 해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는 애들이란 말이야.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어떤 상처가 있다 해도 살아갈 인간이라고 봐, 하지만 그 친구는 달라. 그런 상처를 가진 여자는 말이야... 힘들어. 살아가는 일 자체가 힘든 거라구. 냉정하게 말하면 너가 신경을 쓴다해서 어떻게 될 성질의 문제가 아니라 ㄴ거야. 해서 그 신경을 쓴다... 의 문제에 관한 한 나는 절대적으로 그 친구의 편이야. 약자니까. 걔가 입사했을 때부터 봐왔지만 난 아직 그 친구 이름을 몰라. 대개가 그럴 거라구. 어ㄷ서든... 관심 밖이야. 123-4
어차피 인간은 립싱크밖에, 또 립서비스밖에 못하는 동물이니까. 그래서 말인데...하고 요한은 다시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내게 좋은 말만 해줘. 립서비스를 좀 해달란 말이야. 온몸이 간지럽도록...간지러워 죽을 지경이 되도록 말이야. 145
결국 이 세상은 눈가림이야. 눈만 가려주면...또 눈만 만족시켜 주면 지옥 끝까지라도 달려갈 바보들이지. 세상을 망치는 게 독재자들인줄 알아? 아냐, 바로 저 넘쳐나는 바보들이야. 독재를 하건 누굴 죽였건... 여당이 돼야 이곳이 삽니다, 제가 나서야 집값이 오릅니다 하면 찍어주는 바보들 때문이지. 세상은 잘 살겠다고, 더 잘 살겠다고 하는 놈들 때문에 망하는 거야. 155
전기만 들어오면 누갈도 빛을 발하지, 그건 빛을 잃은 어떤 전구보다도 아름답고 눈부신 거야. 그게 사랑이지. 인간은 누구나 하나의 극을 가진 전선과 같은 거야. 서로가 서로를 만나 서로의 영혼에 불을 밝히는 거지. 누구나 사랑을 원하면서도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까닭은, 서로가 서로의 불 꺼진 모습만을 보고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 무시하는 거야. 불을 밝혔을 때의 서로를...또 서로를 밝히는 것이 서로서로임을 모르기 때문이지. 185
이를테면 야근을 마치고 미쓰 리 이렇게 늦었는데 괜찮겠어? 건성으로 묻는 말에 그럼요, 전 얼굴이 무기잖아요! 대답이라도 해야 환영받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입니다. 그대와 나의 영원한 사랑... 이런 노래를 불러봐야 웃음거리만 된다는 사실을 알게되는 것이고, 결국 앗싸를 외치거나 웃기는 춤이라도 춰야 박수를 받는다는 사실을 아는 것입니다. 그리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나는 이런 여자야..끊임 없이 스스로를 마취한 채 말입니다. 얼굴이 무기인 그녀들에게도 두려움이 있다는 사실을...막춤을 추는 그녀들에게도 영원한 사랑의 발라드가 이싿는 사실을 세상은 결코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273
와와 하지 마시고 예예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제 서로의 빛을, 서로를 위해 쓰시기 바랍니다. 지금 곁에 있는 당신의 누군가를 위해, 당신의 손길이 닿을 수 있고.. 그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말입니다. 그리고 서로의 빛을 밝혀가시기 바랍니다. 결국 이 세계는 당신과 나의 <상상력>에 불과한 것이고, 우리의 상상에 따라 우리를 불편하게 해온 모든 진리는 언젠가 곧 시시한 것으로 전락할거라 저는 빋습니다.
사랑하시기 바랍니다.
더는 부끄러워하지 않고
부러워하지 않는
당신 <자신>의 얼굴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