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30
어릴때는 일찍 죽는게 꿈이었는데, 스무살 넘어가니까 억울해서라도 오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감정이 롤러코스터 타듯 요동치지 않는, 그런 삶은 무미건조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당연한 혹은 안정된 삶이라는 것을 깨달은지 얼마 되지 않는다. 항상 나는 스펙타클/서스펜스를 원했다. 그리고 그런 삶이 충만한 삶이라고 믿었다. 조울이 있는 사람들은 원래 삶이란 무덤덤하게 흘러가는것이라는걸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말을, 그래서 약을 먹다가 자꾸 끊으려 한다는 임상쪽 사람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일년에 한두번씩, 너무 바쁘면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저 차에 치여서 며칠 입원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거나, 소리지르며 뛰어다니는 상상을 한다든가 (정말로 차가 있으면 아마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운전을 했을 텐데, 버스에선 그럴 수가 없으니) 그런 생각을 하다가, 당분간 술을 먹으면 위험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애써 성실하게 살아가려고 노력을 했다. 어차피 견디면, 지금을 참고 견디면, 다시 쉴 수 있을거라고 스스로 믿으면서.
거진 일년만에 일주일 넘게 감기를 앓는다. 약을 꼬박꼬박 먹어도 가끔 염증이 귀로 몰려서 사람들 소리가 온통 뭉개져서 들린다. 마치 물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 코감기약 기침감기약 진통제를 먹고 열몇시간씩 잠을 자고 따뜻한 물로 목덜미를 지져도 감기가 낫지를 않는다.
며칠 전에 밥을 먹다가, 공부 안하면 정말 큰일날 것 같아서 이제부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더니 다음날 아침 일곱시 반에 눈이 번쩍 떠졌다. 마음이 해이해졌다는 말은 들을 때는 기분 되게 나쁜데 사실 맞는 말이니까 기분이 나쁜걸거다. 제발 저리는 바람에.
계획을 세우고 살아본 적이 없다. 흘러가는듯이 싫어하는것만 골랐는데 어쩌다보니까 어찌저찌 되게 잘 선택한 것처럼, 남들에게 보이는 삶이다. 어쩌면 우리 세대는, 20년 30년 참으면 나중에 편한 세상이 올거라는걸 더이상 믿지 않는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성세대는 우리한테 참으라고도 해보고, 왜 짱돌 안던지냐고도 하고, 한심하다고도 하고, 게으르다고도 하고, 눈이 높다고도 하고, 진짜 말이 많은거같다. 말 하는 사람은 많지만, 내가 배울 수 있는 사람은 많이 없어보인다.
얼마전엔 누군가가 그랬다. 활동 다 때려치고, 나중에 사라질 상이라고. 술집 아가씨랑은 다르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예전에 용산에서 일할 때 생각나서 걍 웃겼다. 마지막 사람이면 책임을 지라는 말도 들었다. 아 정말..
한국 힙합 안들은지 되게 오래되었는데, 오랜만에 에픽하이 앨범은 계속 꺼내 듣는다. 에픽 앨범의 가사는 어찌 보면 엠씨몽 새 앨범 가사랑 비슷한데, 엠씨몽거는 못듣겠는데 (원래 엠씨몽 노래를 안좋아했기도 함) 에픽 노래는 계속 듣게 된다. 모지...
"죄없는 자는 돌 던져도 된다는 말인가? 돌 던지는 건 죄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