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왜 레즈비언이니? 박김수진 지음, 이매진

stri.destride 2014. 11. 3. 00:29



너는 왜 레즈비언이니?

저자
박김수진 지음
출판사
이매진 | 2014-08-08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그냥, 나는 레즈비언이니까. 그게 나니까!" 아는 언니들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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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여러분은 여기 담긴 생각, 견해, 해석, 결론은 그저 박김수진의 사견이라는 점을 잊지 않으셔야 합니다. 책을 읽는 동안 제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흡수하지 말고, 의심하고 질문하는 자세를 지키셔야 합니다. 개념어의 정의 하나도 정의하는 사람마다 약간씩 다를 수 있습니다. 다양한 글을 찾아 읽고, 스스로 고민하면서 자기만의 견해를 만들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새로운 생각, 새로운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이랑 나눠주신다면 더욱 좋겠죠. 13



만약 저를 그저 레즈비언으로 받아들이고 책을 읽으면 제가 하는 모든 이야기는 '레즈비언이기 때문에 하는 이야기'로 들릴 뿐입니다. 박김수진은 그저 레즈비언일 뿐이라고 생각하면서 이 책을 읽으면, 저는 여러분처럼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레즈비언 마을' 또는 '레즈비언 별나라'에서 파견된 대사 정도로 여겨질 겁니다. 레즈비언이라고 딱지 붙은 사람들도 여러분처럼 다양한 정체성을 갖고 살고 있습니다. 17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자를 '그렇게 타고난 사람'정도로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거죠. 내가 동성애자로 살아갈 것인가 아닌가는 '선택'의 문제라는 뜻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선택을 해야 하는 게 인생이라고 누군가 말하던데요, 왜 이 문제만은 '선택'의 문제로 보지 않으려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40



원하든 원하지 않든 보이지 않는 (또는 노골적으로 보이는) 끈으로 ㅇ녀결된 삶을 사는 우리에게 완벽하게 '남의 일'이 얼마나 될까요? 어제의 이성애자가 오늘의 동성애자가 될 수 있고, 오늘의 동성애자가 내일의 이성애자가 될 수있는 세상에서 "그래도 그건 내 일이 아니다"라는 확언은 어불성설입니다.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일은 다른 사람의 삶을 타자화하지 않는 데에서 출발하죠. 끊임없이 나랑 무관한, 내게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 남의 일이라고 여기는 한 온전하게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121



"'레즈비언인 딸, 우리 박통'은 어차피 레즈비언으로 살기로 했으니까 괜히 남 눈치 보지 말고, 주눅 들지 말고 씩씩하게 살아. 네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욕먹을 짓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 당당하게 살면 되는 거야. 그리고 '그냥 딸, 우리 수진이'는 건강하게, 언제나 인간미를 간직한 그런 사람으로 살았으면 좋겠어. 살아갈 날이 더 많으니까." 132



수진아, 네가 염려스럽다. 괜찮은 것 같다가도 꼭 그렇지만도 않은.... 한번 휩쓸고 지나가는 열병 같으면 좋으련만. 나이가 들면서 괜찮아지면 좋겠다. 다른 곳에서 살아보면 어떨까? 가끔씩 들를게. 언니가 담달부터 십만 원씩 보낼게. 필요한 데 쓰렴. 수진아, 살아보니까 인생은 참 다를 수 있는 것 같다. 언니는 지금 그 어떤 때보다도 행복한데.... 너도 그럴 수 있을 거다. 인생은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생기니까.... 조금만 견뎌보자. 수진아, 사랑하는 내 동생아. 141-2



"이성애의 완성은 '결혼'이고, 동성애의 완성은 '연애'라고 보는 것 같아요. 그런데 말이죠, 레즈비언 중에는 독신주의자가 있으면 안 되나? 이성애자 중에는 독신주의자가 있는데, 왜 레즈비언 중에는 독신주의자가 있으면 안 되는 분위기인 거예요? 연애를 하든, 하지 않든, 연해를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상관없이 스스로 '나는 레즈비언이고, 독신주의자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어요. 나는 그 정체성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177



"나는 늘 '나는 왜 두 개의 세계에 살아야만 하는걸까'라고 스스로 물어요. 나는 마치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니고, 레즈비언도 아니고, 헤테로도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자주 받아요. 나는 언제나 중간 지대에 살고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레즈비언들 틈 안에서 뭔가 해보려 해도 레즈비언들의 특성과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한계에 부딪히게 도고, 이성애자들 틈 안에서는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하는 한계 때문에 성장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런 상황에 놓인 자신이, 이것을 설명하려 하면 저것을 설명하지 못하고 저것을 설명하려 하면 이것을 설명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는 얘기였죠. 202



"왜 익숙해지지 않을까요?"

"절대로 익숙해지지 않아요. 늘 스트레스를 받아요. 어느 정도 선에 올라가면 그 한계를 경험해요. 이성애자 세계에서 가면 쓰고 잘 해내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못하겠어요. 나를 온전하게 드러내지 않고 사람들이랑 관계를 맺으면 그 관계는 언젠가 한계에 부딪히게 되더라고요. 그 한계선을 넘게 되면 내가 도망쳐버리죠. 들통날까봐. 내가 도망쳐버리죠. 그래서 그런지 나는 내 미래가 뻔히 보여요. 무엇이든 새롭게 일을 한다는 게 별 의미가 없는 것 같기도 해요.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딱 거기까지만'이라고 정해져 있는 것 같아요." 202-3



"20대에는 정체성 자각을 위해서 관련 자료도 많이 찾아 읽고 공부도 열심히 했는데, 아침 7시에 출근하고 저녁 7시에 퇴근하는 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은 정체성에 관한 생각 자체를 하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나는 '그냥'레즈비언으로 살아왔고, 레즈비언으로 살고 싶고, 앞으로도 레즈비언으로 그냥 이대로 살고 싶으니까 '그냥' 레즈비언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요." 2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