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진짜 오래 동안 알라딘 베스트셀러에 올라가 있어서 궁금했다. 그래서 빌려보았다.
도서관 대기 8번이어서 올해 안에 읽기에는 글렀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한 2-3주만에 예약도서 도착알림을 받았다. 대학원생 되고나서 책을 여러개 빌려서 천천히 읽는게 습관이 되었는데 이건 내 뒤에 또 기다리는 사람이 우르르 있을테니 갖다줘야 할 것이다. 한국 소설은 왠만하면 그래도 이제 후루룩 읽을 수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 읽는데 너무 '오글오글' 부끄러워서 한 50쪽 읽고 던져뒀다가 그래도 반납 하기 전에 읽어는 보자 라는 생각으로 끝까지 읽었다.
앞부분의 특유의 문체가 뒤쪽으로 가면 많이 잦아드는 듯 하여 뒤로 가선 비교적 수월하게 읽었다. 노래가사, 서신 교환, 소설 내부에서 주인공 아이가 쓰는 소설이라는 액자형 구조, 부모의 삶에 이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아이의 서술, 꺼져가는 한 생명에서 새로운 생명으로의 연결 등등 여러 요소를 생각해보면 사실 저자는 엄청나게 능수능란한 이야기꾼이다. 글을 굉장히 유창하게 쓰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남이 잘 안읽는 책 혹은 없는 책 신청해서 처음으로 받아다 읽다가 간만에 사람 손을 많이 탄 책을 읽으니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아마 그래도 이 책에는 밑줄이 하나도 안그어져 있어서 내가 긍정적으로 생각한 듯.
읽으면서 계속 어떤 책과 비슷하다고 계속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중고등학교때 한창 열심히 읽던 일본 현대소설이랑 비슷한 것 같다. 환자의 삶을 다룬 책으로는 개인적으로는 이 책보다는 마루야마 겐지의 좁은 방의 영혼이 더 좋았다.
당장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언젠게 내게 제 발로 걸어와 '나야...'하고 웃으며 인사를 건넬 터였다. 마치 인생의 중요한 교훈들이 대부분 그런 식으로, 나중에야 도착하듯 말이다. 52
나는 내가 너무 괜찮아 보여서도, 지나치게 혐오감을 줘서도 안된단 걸 알았다. 사람들이 직시할 수 있을 정도의 불행, 기부 프로그램을 움직이는 건 그런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150
안과 선생님은 내게 되도록 먼 곳을 보고, 컴퓨터를 오래 하거나 책을 오래 들여다보는 일은 피하라 했다. 하지만 그건 병원에서의 삶이 얼마나 지루한지 모르고 하는 말이었다. 사실 나는 식구들 몰래 그전보다 책을 더 많이 봤다. 지금 봐두지 않으면 앞으로도 읽기 힘들거란 생각에 욕심을 부리지 않을수가 ㅇ벗었다. 175
터무니없단 걸 알면서도, 또 번번히 저항하면서도, 우리는 이해라는 단어의 모서리에 가까스로 매달려 살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쩌자고 인간은 이렇게 이해를 바라는 존재로 태어나버리게 된 걸까? 그리고 왜 그토록 자기가 느낀 무언가를 전하려고 애쓰는 걸까? 공짜가 없는 이 세상에, 가끔은 교환이 아니라 손해를 바라고, 그러면서 기뻐하는 사람들은 또 왜 존재하는 걸까. 182
"네 말이 맞아. 거짓말은 나빠. 그렇다고 우리가 세상 모든 거짓말을 처벌할 수 있는 건 아니야." 281
산은 고요하게 나풀대며 바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은근한 듯 집요하게, 부드럽고 수상쩍게 출렁이고 있었다. 하나의 초록 안에는 여러개의 초록이 들어 있엇다. 옅은 초록, 짙은 초록, 더 짙은 초록이 하나인 듯 수천 개로 번져 있었다. 여름은 색이 많아 좋은 계절이었다. 여름은 통하라고 있는 계절이었다. 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