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방의 영혼, 마루야마 겐지
좁은 방의 영혼
- 저자
- 마루야마 겐지 지음
- 출판사
- 엠아이지(MIG)예문당 | 1998-01-01 출간
- 카테고리
- 소설
- 책소개
- 처절하리만큼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는 마루야마 겐지는 기존의 소...
좁은 방의 영혼 - 마루야마 겐지
병에 걸린 주인공. 갑작스레 죽어버린 옆방의 사내. 여름의 흐름을 제하면 주인공은 병실, 바닷가 별장, 모르는 사내의 집, 산속 여관 등 일상의 공간에서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다. 아파서 온 것도 있고 휴가를 온 것도 있고. 죽음을 직면해야 하는 상황 혹은 '단절'을 열쇠말로 하는 삶. 죽음을 바라보아야 하는 순간. 책 안의 주인공들은 영웅처럼 자신 앞에 놓인 답답한 상황을 벗어나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비슷한 삶을 살아갈것만 같은 암시를 던져준다. 주인공들은 그림 속 혹은 상상속으로 도피하고는 하지만 결국 그 상상은 곧 끝날거라는 암시도 다분하고.
'녀석들은, 사람이 아니야.' 내가 덧붙였다. '형태는 사람 모습을 하고 있지만 말이지. 아무리 우수한 기계라도 많이 만들다 보면은, 반드시 불량품이 나오게 되지 않는가. 그 불량품을 어떻게 하겠어? 버릴 수밖에 없지. 사람도 이렇게 많이 있다보면 마찬가지라고. 불량품을 그대로 쓸 수는 없는거지' 129-130
나는 나대로 그와 함께 이 세상을 농담처럼 살아가는 것도 재미있을거라 생각했다. 그의 강권에 대해 나는 거절할 말을 갖고 있지 않았다. 나에게는 이게 있으니까, 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망설이고 망설였지만, 그러나 나는 거절했다. 216
이제부터 나는 먼 세상으로 가버릴것이다, 라고. 250
나는 그가 무엇을 먹고 있는 모습 따윈 보고싶지 않았다. 그를 나나 마을 사람들과 같은 인간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훌륭한 액자 속에라도 들어가 꼼짝하지 말아주었으면 했다. 272
그에겐 고민 따위 있을 리가 없었다. 그는 들짐승하고 똑같아서, 헛된 꿈을 쫓거나 하지 않았고, 죽음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몸을 숙인 채 오로지 살아 나가기만 할 것이었다. 2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