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한마음, 슈테판 츠바이크

stri.destride 2014. 4. 27. 20:09



초조한 마음

저자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2013-04-1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연민이라는 거, 아주 위험한 겁니다!인간 본성에 대한 감각적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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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그중 하나인 나약하고 감상적인 연민은 그저 남의 불행에서 느끼는 충격과 부끄러움으로부터 가능한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하는 초조한 마음에 불과하며, 함께 고통을 나누는 대신 남의 고통으로부터 본능적으로 자신의 영혼을 방어한다. 진정한 연민이란 감상적이지 않은 창조적인 연민으로, 이것은 무엇을 원하는지를 분명히 알고, 힘이 닿는 한 그리고 그 이상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함께 견디며 모든 것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연민을 말한다. 17



강한 사람이 갑자기 약해진다는 것은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랍니다. 그들이 갑자기 유순해지는 것도 좋다고 볼 수 없습니다.그것은 내면의 무언가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다는 뜻이거든요. 129



카니츠는 그녀가 남의 말에 반박하는 법을 잊어버렸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한참 후에야 그녀는 말을 수정했습니다. 154



내가 이렇게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들을 자세히 이야기해주는 것은 그저 수다를 떨고 싶은 마음에서가 아닙니다. 그토록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자신의 걱정을 이해하는, 아니, 적어도 이해해주려 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 당신이 이해해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야기해주는겁니다. 물론 불행한 사람들로 가득 찬 이 세상에 오직 자기 아이만이 불행하다고 여기는 그의 고집과 이기주의가 사람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는 나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절대로 그를 방치해서는 안 되는 시점입니다. 무력감 때문에 자신이 병들어가기 시작했거든요. 186



마지막까지 함께 갈 수 있는 사람만이, 비참한 최후까지 함께 갈 수 있는 끈기 있는 사람만이 남을 도울 수 있습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희생할 수 있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236



그제서야 나는 (작가들은 잘 다루지 않지만) 버려지고 낙인찍히고 추하고 쇠약한 사람들이 행복하고 건강한 사람들보다 훨씬 더 열정적이고 훨씬 더 위험한 욕구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들의 사랑은 어둡고 광적이고 절망적이라는 것을, 그 어떤 사랑도 그들의 미래도 희망도 없는 사랑보다 더 탐욕스럽고 더 간절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오로지 사랑을 주고받는 것을 통해서만 이 세상에서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더 간절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가장 깊은 절망 속에서 삶에 대한 욕구가 가장 강렬하다는 잔혹한 비밀을 아무런 경험도 없는 내가 알 리가 없었다! 273-4



젊고 경험이 많지 않은 나로서는 지금까지 그리움이나 사랑으로 인한 아픔이 가장 큰 심적 고통이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이 순간 나는 그리움이나 상심보다도 더 쓰디쓴 고통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원치 않는 사랑을 받는 고통 그리고 그 집요한 열정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고통이었다. 옆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욕망이 뿜어내는 불꽃에 타버리는데도 그것을 지켜보기만 할 뿐, 그 불꽃을 꺼줄 힘도 능력도 없다는 무력감에서 나오는 고통이었다. 281


의사들은 언제나 자신이 너무 태만하고 소홀했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때로는 어쩔 수 없는 실수까지 하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한 사람은 구했다는 생각, 한 사람의 믿음만은 저버리지 않았다는 생각, 한 가지 일만은 제대로 했다는 생각은 나에게 큰 위안이 된답니다. 자신이 그저 바보처럼 아무렇게나 살아왔는지, 아니면 뭔가를 위해 의미있게 살아왔는지를 아는 것은 중요한 일이니까요. 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