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의 눈, 서경식
한겨레에 실렸던 글을 엮어낸 책이다. 쉽게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역시 패기..
중요한 것은 국가는 개인의 보복을 대행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민이 그런 기능을 국가에 기대하게 될 때 국가폭력은 폭주하게 된다. 50
재난을 당한 사람들은 스스로 본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배려를 베푼다. 그런 상태를 무너뜨리는건 "사람들이 야만스러워지는 것"이라 믿고 공황상태에 빠지는 엘리트층이다. 23
인간은 약하고 어리석다. 상상만 해도 두려운 시련을 견디지 못하고 눈앞의 편의나 이익을 보고 생각을 멈춘다. 인간은 스스로 이 약함과 어리석음을 이겨낼 수 있을까.
이토록 부당한 상황에 대해 이토록 당연한 주장을 하는 데 대해 왜 리버럴하고 양심적인 일본 국민 다수는 침무하고 늘 방관자로 머무는걸까. 바로 그것이 내가 지난 20여 년간 끊임없이 던져온 의문이다. 93
그에게 중요한건 이념이 아니라 효율이다. 96
따라서 나는 그런 선의의 실천이 실제로는 얼마나 험난한 일인지 얘기해줘야한다. 인간이란 존재의 허약함과 어리석음 앞에서 '교과서적인 선의'따위가 얼마나 무력한 것인가를. 107
그런 일본 젊은이도 패배자요 약자라며 변호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런 옹호론은 죽임을 당할 마이너리티에겐 아무런 구원도 될 수 없다. 자기변명을 하는 이들 개개인은 작고 약하고 때로는 사랑스러운 존재이지만 집단으로서의 그들은 가공할 냉혹성과 폭력성을 휘두르고 있다. 109
...종래의 통념과는 달리 당시 독일 국민 다수가 초기단계부터 나치에 호감을 갖고 이들을 지지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그 이유는 나티가 고용상태를 호전시켰으며 거리를 깨끗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129
타자에 대한 둔감함은 결국 자신의 경험에 대한 둔감함에서 기인한다. 137
"한국에서도 고흐는 인기가 있어요. 하지만 그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을 어디 한번 보자는 의식이 아닐까요. 한국인은 경쟁의식과 성공신화에 사로잡혀있으니까." 176
"당신들은 타인의 고뇌에 흥미를 보이지만 자기 스스로 고뇌를 감내하려고 하진 않는다. 177
납득할 수 없는 것 투성이인데 그것을 속이지 말고 몸 전체로 느껴보고 싶다. 186
넓은 의미에서 교양은 정글의 법칙, 곧 강자가 이기는 약육강식의 세계로부터 인류가 탈출하는 길입니다. 207
설사 외롭고 불안하더라도 오히려 지도자 같은 인물을 의심해보는 태도, 집단에 의지하지 않고 모든 것을 자율적으로 판단해보는 태도를 키우길 바란다. 외로움이나 불안은 존엄한 개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대가인 것이다. 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