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검열과 사랑 이야기, 샤리아르 만다니푸르, 김이선 옮김, 민음사

stri.destride 2013. 7. 3. 23:35



이란의 검열과 사랑이야기

저자
샤리아르 만다니푸르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1-07-0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수천 년 이어져 온 찬란한 문명을 스스로 금지해 버린 나라 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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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읽었던 수 많은 책들의 이야기 속에서, 실제로 있었던 정치 상황 하의 진실인지 거짓일지 모르는, 진실과 거짓이 제각각 섞여들었을 그 이야기들 속에서 사람들은 생각보다 불행하지 않았다. 막연히 생각하면 몹시도 불행해 보이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제각기 그런대로 살아가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문장에 의문을 품는다. 그게 정말 'ㅇㅇ'들이 원하는 것일까? 나는 민중이라는 말도, 민족, 여성, 인간, 노동이라는 말보다는 '사람'이라는 말에 익숙한 사람.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야 한다는 전제는 일종의 강박 아닐까. 어느 때의 나는 '걔들은 행복하잖아.'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지만, 그 밑바닥에 깔린 깊은 조롱을, 상대는 눈치챘을까. 나는 왜 그들보다 더 나은, 사람이고 싶어할까. 힘들게 읽은 책의 짧은 감상.



외부적 검열과 내부적 검열의 양상은 전혀 별개의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검열은 무엇이 쓰일 수 없을 때뿐만 아니라 무엇이 쓰일 수 있을 때에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익숙한 무엇을 당연시하여 받아들이는 방관 역시 또 다른 형태의 검열일지도. 옮긴이의 말, 463


시린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지자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린, 진실 되고, 유약하고, 가난한 사람. 하지만 그는 잊어버리기 위해 자신의 사랑을 배신하지는 않았습니다. 464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이란 남자들은 배우자를 찾을 때, 입술이 치아에 닿아 본 적 없고 치아가 입술에 닿아 본 적 없는 여성을 찾는다. 애인의 경우에는 깨무는 데 경험이 있는 여성을 원한다. 그러나 여자를 찾지 못하든지 정반대의 여자를 만나게 되는 불행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47


수선화는 일반적으로 아름다운 눈에 대한 언급이지만, 흥분의 절정에 다다른 호스로가 시린의 눈을 만지작거리며 노는 수고를 했으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러니 수선화는 시린의 난초에 대한 직유일 것이다. 51


다라가 사라를 보고 저 아가씨야말로 자신이 사랑에 빠져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그날, 시라즈에서는, 내가 나 자신의 외로움을 발견하는 익숙한 발작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때때로 나는 이와 같은 감정적인 발작에 시달린다. 특히 내가 행복할 떄, 무언가를 성공시켰을 떄, 그리고 내가 나 자신에게 만족스러운 그런 드문 순간, 그 즉시,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설움이 내 온 존재를 삼켜버린다. 진실을 말하자면, 나는 늘 나 자신을 외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좋은 친구들과 다정한 가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외로움을 발견하는 발작은 외로움이라는 일반적인 감정과는 다르다.... 나의 작업은 단어들과 맞붙는 것이지만, 나는 이런 감정을 묘사하고 설명할 단어를 알지 못한다. 나는 어쩌면, 삶에는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순간과 감정과 사건 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이야기를 쓰는 것인지도 모른다. 143


"그들이 내 머리에 이 히잡을 강제로 씌우는 데 당신은 어떻게 침묵할 수 있는 건데요?"


달리 말해, 작품 안에 있는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분명치 않으면서도 죄를 선동하는 모더니즘을 비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잊지 마십시오. 우리는 포스트모더니즘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결국 그것은 전통으로의 회귀를 고취하니까요. 388


"예를 들어, 인생에서 거듭 실수를 저지르고, 수많은 과오를 범하고, 경찰마저 번거롭게 하는 그처럼 무가치한 인간은 결국 진실을 알아야 하지요."


"개인적인 진화를 의미하는 겁니까?"


"아뇨.... 자살 말입니다." 412


당신의 머리카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내게

히아시스 향기보다 감미롭다네.

밤에 내 품에 당신의 모습을 안으면

새벽녘 내 침대에서 꽃향기가 피어오르고....


우리 이란인들은 이런 시와 노래에 절대 물리지 않는가 보다. 사라가 던진 왜요?는 이란 땅에 존재하는 쓸쓸한 연인들이 수세기 동안 이란 땅에 물어온 '왜요?'이다. 그리고 위대한 이란 사상가들과 지성인들 중 누구도  - 세계가 발견해야 하는 -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445


사라가 걸어온 모든 길과 장소, 인생의 모든 정원과 강둑, 모든 것이 이 먼지 안에 있고 모든 것이 언젠가는 이 먼지로 돌아가 하이얌의 샌들의 먼지와 결합할 것이며, 한 줄기 시내가 그 먼지 위로 흘러 그곳에 식물들이 자라고, 번뜩이는 죽음의 눈빛을 모르는 연인이 시내가에 앉아 사랑하는 이의 영원한 아름다움에 바치는 송가를 쓸 것이다. 447


특히 700년 전에 죽은 우리의 위대한 시인이 지은 그 유명한 한 행을 우리는 외워서 알고 있고, 계속해서 서로에게 일깨워 주고 있다. 


시냇가에 앉아 인생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네. 


그러므로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나의 이야기에서 나와 인물들이 그 시내 옆에 서 있는 것은 자연스럽고 가능한 일이 분명하다. 429


사라는 알 수 없는 비평을 이어 나가며 말한다.

"나는 지쳤어요. 나는 아주, 아주 지쳤어요."

사랑의 불꽃이 튀는 것은 지금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 그 알 수 없는 표정이 사라의 눈에서 깨어나는 때 700년 전 금지된 선술집의 와인 운반자의 눈 속에 빛나던 표정. 비밀 경찰이 벌겋게 달군 쇠의 고문 아래서 살이 타들어 가던, 자유를 사랑하는 여성들의 눈 속에 빛나던 표정. 전쟁에서 순교한 아들의 유골을 받은 어머니의 눈 속에 빛나던 표정. 언젠가 가장 아름다운 이란식 사랑 이야기를 쓰게 될 젊은 아가씨의 눈 속에 빛날 표정. 453-4


"이 청동 인간은 우리 이란인들의 상징입니다.... 세계가 우리의 손을 잘라 버렸지요."

"우리 스스로 잘라냈는지도 몰라요."

"아뇨. 우리는 위대한 국가입니다. 우리에게는 풍성한 문화가 있습니다."

"그랬죠."

286


혁명 후 이란의 어머니들과 여자 형제들과 아내들은 강압적으로, 이마에 핀을 찔려가며 히잡과 차도르를 착용하도록 강요당했다. 그리고 해가 갈수록 인권을 빼앗겼다.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 다라는 따가운 정치적 자극의 손에 귀가 아리다. 다라는 자기들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기와 자기 세대가 이란의 유토피아 건설을 위해 투쟁한 그 세월 동안 그들은 이렇게 작지만 기본적인 권리를 위해 싸웠어야 했던 것이다. 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