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28
토요일에는 자전거를 타고 방화대교에 다녀왔다
한강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한강도 아름답고, 퇴근할 때 강을 건너며 바라보는 건너편 다리의 야경도 곱지만 그래도 내게 가장 아름다운 다리의 모습은 아래에서 바라본 모습. 가양대교는 연한 분홍색이고 마곡철교는 푸른색이고 방화대교는 아치 트레스가 보이는 붉은 색. 가양대교 남단에 연결된 올림픽대로를 보다보면 혈관들이 뭔가 얽힌 기분이다.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이 휘몰아치는 모습이 어쨌든 아름답다. 서울 이야기에서 정기용씨가 지적한 대로, 콘크리트는 현대의 거대한 건물들을 짓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콘크리트는 나름대로 시간을 머금을 줄 알고, 그 모습이 커튼월보다 차라리 자연스럽다. 사실 커튼월에 시간이 배어나는지는 잘 모르겠다. 스테인드 글라스가 아닌 이상 시간이 밴 모습을 어떻게 상상해야 될 지 모르겠다. 커튼월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게 한 십여년 밖에 되지 않았고.
집에서 방화대교까지 왕복 20키로미터 남짓 되는데 이번에 도착했을때 그렇게 힘들단 생각이 안들어서 담에 30km까지 찍어봐도 괜찮겠단 생각이 들었다. 물농 집에서 조금 더 일찍 나와야게찌....
남단 자전거도로에서 바라본 가양대교
이게 겨우살이인가? 얘네는 참 나무가 아니더라도 콘크리트 몸통이라도 잘 타고 올라가는듯
셋 다 방화대교 남단. 핸드폰 카메라 보정 어플을 다루는 법을 좀 더 익혀야할듯. 항상 너무 드라마틱해.....옛날엔 다리밑에 있는걸 싫어했는데 이젠 다리밑에 있으면 뭔가 안정감이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여기 피크닉 장소 만든다고 헤집고 난리났던데. 한 오년전엔 포장도 안되어 있고 해바라기가 쭉 있던 길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생태공원이라고 뭔가 하나 생겨나더니 이젠 피크닉 장소를 만든다고 한다. 공무원들은 참 바빠보여
일요일에는 배농장에 다녀왔다. 아는분 부모님이 배농장을 하셔서. 가서 일당받고 주스도 받고 배도 먹고 밥도 먹고. 미식가놀이 하기 좋아하는 엄마랑 동생이 주스를 먹고 자세한 품평을 해주었다. 텁텁한 맛이 없고 뭐 끓였고 원액이 아니고 등등 .. (분명 내가 주스라고 했는데..)
가서 첨에 할머니들하고 일할때는 잔뜩 쫄아있었는데 나중에 주인 아주머니하고 같이 조를 짜서 일했을때가 한결 수월했다. 할머니들은 무섭다 (..) 긴긴 세월 살아온 내공이 장난이 아님. 주인 아주머니랑은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일단 주인아주머니는 손놀림이 다르다. 살살 문지르듯이 물흐르듯이 바르는데 그건 엄청나게 많이 이 일을 해서 가능하다는 것이 느껴진다. 할머니들하고 손놀림이 다르다. 이틀 내내 공부는 한개도 안했더니 몸은 고단한데 기분은 제법 산캐하다. 근데 어디서부터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될지를 까먹었음..
감사한 시간이었다. 욕심 부리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았고, 내가 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걸 돌아가는 기차에서 인정할 수 있었고, 용산급행이 얼마나 빠른지도 느꼈고(2200원에 성환에서 영등포까지 갈 수 있다니!!!!), 하루종일 배꽃을 보았고, 신고배는 수동으로 화접을 시켜줘야 한다는 것도 배웠고, 요새 시골엔 일할 사람이 정말로 없어서 (!) 돈 벌일이 산더미라는 것도 배웠다. 몸쓰는 일을 업으로 할만큼 내가 손이 재고 야무진 사람은 아니지만 나름 솔깃한 소식 (..)
말도 안하고 핸드폰도 안바라보고 하루종일 배꽃만 들여다보고 있었더니 목이랑 어깨는 뻐근하지만 묵묵히 식물을 바라보는 게 좋았다. 물론 중간에 해가 꼭대기에 있을 때는 겁나 더웠지만 .... 그리고 얼굴도 탔어..원래 볕에 몸을 태우는거지! 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러면 꼭 가을 즈음에 후회하곤 했는데.
어쨌든 누가 나한테 뭐라 한다고, 누가 날 건드린다고 투덜거리지 말고 티내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꽤나 구체적으로 와닿았다. 며칠 간의 생활비를 벌러 간 것도 있엇지만 이 점이 가장 큰 수확인듯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