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네 집/마이 와이프, 전몽각
전몽각씨의 사진을 처음 본 것이 작년 서울사진축제 갔을 때. 아파트라더니 아궁이가 있다 써있어 컬쳐쇼크를 유발하지 않나...하여튼 그때 진짜 많이 울뻔했다. 전몽각씨가 자신의 딸이 태어났을 때부터 결혼할 때까지의 사진을 묶은 책(윤미네 집)을 드디어 빌렸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을 가득 담아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면 이런것이리라. 아마추어 사진가라면 아마추어 사진가일텐데, 흑백사진이라 더 그런지 몰라도 하여튼 장난 아니다. 읽다가 눈물쏟은게 몇 번인지를 모르겠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을 가득 담아 사진을 찍고, 그 사진 속에 사랑으로 가득찬 것을 사진 찍힌 이도 알아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싶었다. 물론 이 사진집은 한국 근대 생활사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도 많은 의의를 지닌다지만...자신이 암 선고를 받고 부인을 찍은 사진들을 모아 사진집으로 만들어 선물하려고 한 것도 ... 참 다정한 사람이구나 싶다. 일단 사진을 꾸준히 찍는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닌데...아이고. 것도 가족을.
전몽각씨의 홈페이지는 여기. 아 웹은 이런게 장점인건가. 엄청난 접근성.. http://jmong.zenfolio.com/
이번에 열화당에서 전몽각씨의 사진집이 새로 나왔다. 구매해야겠어. 흐허허
주은이를 키우며 집 사람은 어린아이로 되돌아갔다. 주은이와 함께 뛰고 뒹굴고 노래 부르고 율동하며 춤추고 울고 웃었다. 집사람의 머리에는 새치가 불어나기 시작했고 얼굴에는 주름살이 하나 둘 늘어났다. 내게는 늘 열여덟 여고생 같던 집사람의 얼굴도 할머니로 변해감이 역력했다. 어느 날이었던가. 주은이와 함께 거실 바닥에 잠든 집사람의 얼굴을 보며 나는 코끝이 찡했다. 거기에는 오래 전 내가 알았던 사투리가 심하고 수줍음 많던 갈래 머리 여고생이 잠들어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눈 깜짝할 사이 세월의 한 허리를 베고 누워 흰머리와 주름진 얼굴을 한 채 곤히 잠들어 있었다. (전몽각 선생 육필 원고 중)
1980년 5월에 찍은 부인의 얼굴 사진이 제일...마음아팠다.
매일 같이 하루를 천년같이 살자 그러면 충분하지 그렇게 다짐했지만 마지막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을 때는 무섭고 두려웠다. 그가 없는데 달이 뜨면 어쩌나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봄이 오면 혼자서 어떻게 할까.
그를 떠나 보낸지 3년 6개월이 되었다. 그와 함께 바라보던 숲을 향한 창가에서 낙엽이 후두두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것을 보며 나는 남편과 다투던 그 시간이 그립다. (이문강)